정부가 ‘반값 아파트’ 중 하나로 공급하고 있는 토지임대부주택에 때아닌 임대주택 논란이 일고 있다. 모호한 정체성 때문에 ‘내 집 마련’을 목적으로 이 주택을 청약한 분양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주택이 인기를 끈 것은 낮은 분양가 덕분이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건축물만 분양하고 땅은 계속 공공이 소유한다. 분양가가 저렴한 이유다.
마곡 10-2단지(전용 59㎡) 추정 분양가는 3억1119만원이다. 주변 시세의 3분의 1 수준이다. 앞서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 3단지는 2차 사전 예약도 590가구(전용 49㎡) 공급에 1만779명이 신청해 평균 18대1, 특별공급 14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분양업계에선 해당 주택이 땅을 임차하는 구조임에도 낮은 분양가 위주로만 홍보되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 분양자들은 SH가 보유한 땅을 사용하는 명목으로 매달 토지 임차료를 내야 한다. 마곡 10-2단지의 추정 토지 임차료는 월 69만7600원이다.
향후 실제로 내야 할 금액이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법 개정으로 임차료 책정 기준이 기존 ‘조성원가’에서 ‘조성 원가와 감정평가 금액 이하’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시세와 연동이 되는 구조다.
사전청약에서 제시하는 금액은 분양가든 월 임차료든 모두 추정 가격이다. 실제 공급이 이뤄지는 본청약 시점에 확정 가격이 정해진다.
최재란 시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반값 아파트를 임대아파트라고 하는 것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 살고 계신 분들을 포함해 내 집 마련 꿈을 안고 고덕강일 3단지, 마곡지구에 사전 예약을 신청한 무주택 시민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소유자가 ‘유주택자’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임대아파트 등과 큰 차이가 있다. 소유자는 각종 취득세와 재산세도 낸다. 다른 아파트를 청약할 때도 무주택자 인정을 받지 못한다.
과거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입주자들은 재산권 행사에서 각종 분쟁을 겪으면서 재건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70년 입주한 서울 중구 회현제2시민 아파트의 경우 수차례 철거와 보존 정책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서울시가 보상 후 퇴거하는 계획이 수립됐다. 주민들은 보상금이 턱없이 낮다며 문제를 제기 중이다.
지난해 말 국회에는 거주기간 10년이 지나면 공공뿐 아니라 개인 간의 거래를 허용하는 주택법 개정안(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됐다. 하지만 4월 이후 국회에서 논의조차되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공급된 고덕강일 3단지의 경우 590가구 가운데 152명이 사전 당첨자 지위를 포기하기도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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